4년 전 쯤, 프랑스 생쟝에서부터 스페인 북서부 지역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한 순례길(까미노)을 걸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북부 산간 마을을 따라 걷는 순례길 여행은 나의 첫 번째 스페인 여행이었다. 아마도 내 스페인 첫 여행이 스페인 전역 유명 관광지를 버스, 기차, 혹은 비행기로 둘러보는 투어상품여행이었다면, 이미 유럽의 대도시와 기독교 문화 유적에 식상한 내가 '스페인'이라는 이 나라에 지금처럼 매료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광활한 땅과 은혜롭게까지 느껴지는 햇살, 공기 오염에 지친 폐를 시원하게 정화시켜 주는 유칼립투스 삼림 속 오솔길, 푸른 물감을 부어 놓은 듯한 파란 하늘(미세먼지에 뿌옇게 오염된 하늘에 어느새 익숙해진 나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이건 현실이 아냐. 어떻게 하늘이 이렇게 파랄 수 있어. 말도 안 돼."라고 되뇌었답니다.)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밀밭과 노랗게 환호하는 유채꽃밭, 도시인인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들어 본 적도 없었던 종달새 노랫소리, 산골 마을의 작은 성당들과 순박한 솜씨의 마을 장인이 신심을 다해 만들었음직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상, 주민이 몇 되지 않는 산골 마을의 바르(bar)에서 마셨던 청량한 맛의 생맥주(술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서 '캬~~' 소리를 저절로 끌어내던 신비의 맥주 덕에 나는 살짝 오른 취기 속에서 구름에 떠가듯 하루 20km를 힘든 줄도 모르고 걸었답니다.)......
순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나는 이 땅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매료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에 여행 계획은 무산되었고, 이미 티켓팅 해 놨던 항공권도 모두 취소해야 했다. 실망감에 낙담하고 있던 중, 이김에 스페인어를 공부해 스페인의 문화와 언어를 좀 더 이해하면 다음 순례길 여행은 내 인생에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1. 무작정 스페인어에 뛰어들기
스페인어 알파벳 이름도 모른 상태에서 무작정 '유튜브'에서 스페인어 강좌 채널을 찾아보았다. 그 중 '시원스쿨' 스페인어 왕초보 강좌를 몇 개 들어보았다. 특히 Jessy 선생님의 스페인어 기초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유튜브에 무료 공개 된 Jessy 선생의 강의를 눈에 띄는 대로 두서없이 찾아 들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2. 온라인 스페인어 강의 구입
프로모션 진행 중에 대략 30만원 대로 2년 동안 수강할 수 있는 시원스쿨 강좌를 구입했다. 대략 대면 학원 강의 2달치의 비용으로 2년 동안 내가 편한 시간에 모바일기기나 컴퓨터로 들을 수 있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한 친구와 계정을 공유해 아주 적은 비용을 투자했다. 공부도 함께 하면 더욱 재밌고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에 강의 2~3개를 들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처음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3. 실시간 줌 강의에 참여
4달 정도 혼자 시원스쿨 강의를 들으니 대략 전체 강의의 삼분의 일 정도를 듣게 되었다. 기본적 문법과 기본 어휘들을 알게 되었을 때, 스페인 Zaragoza에 있는 외국인 대상 스페인어 학원(https://alezaragoza.com)에 대해 알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zoom 강의가 개설되어 있는데, 첫 강의는 무료라 들어보고 수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길래, 얼떨결에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다.
4. 엎어지고 넘어지면서도 버티기
줌 강의는 5인 이하의 소규모 강의인데, DELE A1 수준의 기초 반에 편성되었다. 잘생긴 남자 스페인 네이티브 선생님의 상냥한 강의로 원어민 언어 강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우려했던 것보다 견딜 만했다. 첫 수업에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알아 들을 수는 있을까 걱정했지만, 교재를 모니터에 띄어 놓고 강의를 해주니 눈치껏 알아들을 만 했다. 어쩔 땐 알아듣지 못하고도 알아듣는 척하기도 하고...... 하지만 90분 수업에 대략 1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집에 앉아 원어민과 대화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같이 수강하는 학급 동료들은 아이슬란드 사람, 영국 사람, 독일 사람, 간혹 반갑게도 한국인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스페인 현지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스페인 여행에 대한 갈망과 스페인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행보가 결국 여기까지 왔다. 나는 지금까지 대략 2년 6개월간 이 수업을 1주일에 90분씩 2회 참여한다. 따로 시간 내어 스페인어를 공부하지는 못하지만, 못하든 잘하든, 어쩔 땐 리스닝이 너무 어려워 도대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어 그만두려다가도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처음 스페인어를 시작했던 때를 돌아보니 그래도 인내심 많은 거북이처럼 꾸준히 꽤 멀리 온 것 같다. 어쨌든 스페인어를 시작하지 않았던 '나'로부터 스페인어 배우기를 끌고 여기까지 온 '나'는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Yo no me doy por vencido!"
5. 알면 보이는 것들
스페인어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니, 정말 잘 만들어진 양질의 스페인어 유튜브 강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것들은 사실 잘 활용한다면 혼자 공부하면서도 단어, 숙어, 훌륭한 구어체 문장, 듣기 등 언어 배우기의 전 영역에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잘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Use your Spanish' 같은 채널이다. 요즘 운전하거나 걸을 때,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틀어 놓는다. 나의 블로그에서 차츰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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